플랫폼을 짓지 말고 데이터를 관리하라 - 1EdTech Global이 미국 노동부에 보낸 직업정보 인프라 현대화 의견서와 국내 시사점
1EdTech을 포함한 6개 기관이 미국 노동부에 공동 의견서를 냈습니다. 요지는 하나입니다. 정부는 플랫폼을 짓지 말고 데이터를 관리하라. 국내 디지털배지·학습이력 논의에 그대로 옮겨올 만한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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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미국 노동부 고용훈련청(ETA)이 직업정보 도구인 CareerOneStop과 직업정보망 O*NET의 현대화 방향을 묻는 의견 요청(RFI, 91 FR 34833)을 냈습니다. 여기에 1EdTech Consortium, AEM Corporation, C-BEN, Credential Engine, HR Open Standards, The EdTech Collaboratory 등 6개 기관이 공동 의견서를 제출했고, Bipartisan Policy Center를 비롯한 10개 기관이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미국 연방정부를 향한 문서입니다. 다만 국가가 직업, 역량, 자격 데이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라는 질문 자체는 국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국내에서 디지털배지와 학습이력 관리체계 논의가 진행 중인 지금 읽어둘 만한 자료입니다.
1부. 의견서가 말한 것
핵심 주장: 플랫폼이 아니라 데이터
의견서의 출발점은 RFI가 스스로 던진 질문입니다. "CareerOneStop이, 이미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굳이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답변은 간결합니다. 연방정부의 최고 부가가치 역할은 플랫폼 구축자가 아니라 데이터 관리자이자 인프라 제공자라는 것입니다. 근로자는 이미 주(州) 인재 플랫폼, 고용주 플랫폼, 커뮤니티 칼리지 상담 시스템, 그리고 점점 더 AI 기반 검색과 대화형 도구를 통해 직업 정보를 접합니다. 연방 포털이 이들과 경쟁하려 들면 중복과 노후화를 동시에 떠안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할 것으로는 병렬 자격 레지스트리, 과목 동등성 데이터베이스, 새로운 학습·고용이력(LER) 표준을 듭니다. Credential Engine의 자격 레지스트리, 1EdTech의 CLR 2.0과 Open Badges 3.0이 이미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 스키마나 분류체계를 세우지 말고 있는 것을 쓰라는 것이 요구의 핵심입니다.
대신 투자해야 할 곳으로는 O*NET의 권위 있는 개방 데이터 유지, 디지털과 의미 양쪽으로 상호운용 가능한 형식의 발행, 다른 시스템이 노동부를 거치지 않고도 자기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게 하는 크로스워크와 식별자 레지스트리 유지, 주·지방 기관의 표준 채택 지원, 그리고 이미 고등교육에서 돌아가고 있는 자격 및 성적 인프라와의 연결을 제시합니다.
네 가지 요구
- 데이터를 관리하고 플랫폼은 짓지 말 것 — 권위 있는 개방 라이선스 데이터와 크로스워크에 우선 투자
- 기존 개방형 표준을 채택하고 2년의 적합성 기한을 둘 것 — 연방 재정 지원의 조건으로 설정
- 디지털 상호운용성과 의미적 상호운용성을 모두 요구할 것 — API만이 아니라 공유 어휘와 식별자, 발행된 매핑까지
- 근로자 데이터 주권과 AI 투명성을 처음부터 넣을 것 — 이동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기록, 그리고 출처가 표시된 AI 추론 데이터
눈여겨볼 세 대목
첫째, 디지털 상호운용성과 의미적 상호운용성의 구분. 의견서는 이 둘을 분리해 설명합니다. 디지털 상호운용성은 API와 문서화된 프로토콜, 공통 파일 형식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기술 계층입니다. 의미적 상호운용성은 시스템들이 쓰는 용어와 식별자가 같은 대상을 가리키도록 만드는 의미 계층입니다. 고용주가 'project management'를 요구하고, 훈련기관이 'project coordination' 역량을 인증하고, O*NET이 프로젝트 마일스톤 달성을 위한 자원 조정으로 과업을 기술할 때, 이 셋이 같은 것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견서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Digital interoperability makes data movable. Semantic interoperability makes it useful."
의미가 어긋난 데이터 위에 빠른 API를 얹는 것은 상호운용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규모 있게 가속하는 일이라고 못 박습니다.
둘째, 표준은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정렬하는 것. 의견서는 여러 표준을 표로 정리하면서, 이들이 노동부가 골라야 할 경쟁 선택지가 아니라 하나의 상호운용 생태계를 이루는 보완적 계층이라고 설명합니다. 각 표준이 JSON-LD와 RDF 표현으로 가는 문서화된 경로를 하나씩 갖게 하면, 모든 표준을 하나의 기술 방식으로 다시 설계하지 않고도 연결된 데이터 생태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견서의 표를 국내 논의와 관련된 항목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원문의 표는 예시이며 전체 목록이 아닙니다.
셋째, 채용공고는 직무기술서가 아니다. 채용공고에서 인공지능으로 직무 역량을 추론하는 접근의 한계를 분명히 지적합니다. 공고는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광고에 가깝고 업무 요건의 전모를 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채용공고 데이터는 재직자 조사, 직업 전문가 검토, 검증된 자격 성과 데이터와 함께 삼각 검증하는 여러 입력 중 하나로 다루어야 하며, AI가 추론한 항목은 출처, 일자, 검증 상태와 함께 잠정 정보로 표시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사람이 개입해 검증하는 절차 없이는 그 정보에 신뢰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2부. 국내에 주는 시사점
우리도 같은 질문 앞에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직업, 역량, 자격 정보는 여러 부처와 기관에 나뉘어 있습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워크넷과 한국직업정보시스템은 한국고용정보원이, 직업훈련 정보는 HRD-Net이, 커리어넷은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운영합니다. 각각 자체 포털을 갖고 있습니다. "포털을 하나 더 만들 것인가, 데이터를 잘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국내에서도 그대로 성립합니다.
디지털 상호운용성은 상당 부분 확보돼 있습니다. 다음 질문은 다릅니다
NCS 정보는 이미 공공데이터포털에 개방 API로 공개돼 있고, 분류 체계와 능력단위 정보를 JSON이나 XML로 받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상호운용성 관점에서는 상당한 기반이 갖춰져 있는 셈입니다.
다음 질문은 성격이 다릅니다. NCS 능력단위가 CASE 같은 역량 프레임워크 교환 표준으로 발행되고 있는지, 학교 교육과정 성취기준이나 자격 종목, 채용 요건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크로스워크로 연결돼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의견서가 말한 대로 데이터를 옮길 수 있게 만드는 일과 쓸모 있게 만드는 일은 다릅니다. 이 구분은 국내 상황을 정확히 짚습니다.
세분화 측면에서는 오히려 국내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의견서가 미국의 약점으로 지목한 것은 O*NET의 추상적인 정보입니다. 약 1,000개의 표준직업분류(SOC) 직업은 각각 수많은 실제 일자리를 묶은 집합이라, 과목 단위 교육과정 정합이나 자격 크로스워크에 쓰기에는 단위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의견서는 직업 단위의 위와 아래로 세분화를 추가하고, 역량과 과업을 여러 직업에 걸쳐 재사용되는 독립 개체로 발행하라고 권고합니다.
NCS는 대분류에서 능력단위와 능력단위요소까지 내려가는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국내의 과제는 세분화 자체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 세분화가 안정적인 식별자와 발행된 크로스워크로 바깥 시스템에 노출되어 있느냐입니다. 잘 다루면 비교우위가 될 수 있는 지점입니다.
디지털배지 논의와 바로 만납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디지털배지 총괄협의체를 통해 국제표준 기반 상호운용성 확보, 품질관리 체계 구축, 신뢰성 확보, 국가 학습이력 관리체계 구축을 논의하고 있고, 이를 한국형 학습·고용이력관리체계(LER)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 의견서가 정리한 표준 목록과 원칙은 그 논의의 참조 자료로 바로 쓸 수 있습니다. 특히 새 표준을 만들지 말고 있는 것을 정렬하라는 권고, 그리고 자격 레지스트리와 LER 표준을 새로 세우지 말라는 조언은 한국형 체계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검토해볼 문장입니다.
재정 지원을 지렛대로 쓴다는 발상
의견서는 2년의 적합성 기한을 두고 그 기한을 연방 재정 지원의 조건으로 삼자고 제안합니다. 동시에 단서를 답니다. 데이터를 실제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은 다년 조달 주기에 묶인 기존 시스템들이므로, 크로스워크와 참조 구현, 어댑터처럼 시스템을 다시 짓지 않고도 표준에 맞는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저부담 경로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합성 기준을 너무 높게 잡으면 전담 기술 인력을 둘 수 없는 작은 기관들이 먼저 배제된다는 경고도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국내에도 국고 지원 직업훈련, 학점은행제, 직업계고, 대학 재정지원사업처럼 같은 지렛대가 있습니다. 다만 조건을 거는 일보다 어려운 것은 감당 가능한 이행 경로를 함께 주는 일입니다.
맺으며
이 의견서에서 가장 옮겨올 만한 것은 개별 표준의 목록이 아니라 역할 분담의 감각입니다. 정부는 권위 있는 데이터와, 다른 이들이 그 데이터에 자기 것을 이어붙일 수 있게 하는 식별자와 크로스워크를 책임집니다. 실제 도구는 이미 사람들이 쓰고 있는 곳에서 만들어지도록 둡니다. 국내에서 유사한 논의가 시작될 때 이 문서는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원문 보기
1EdTech Community issues response to U.S. Department of Labor RFI 1EdTech Learning Impact Blog · 2026년 8월 17일 게시
→ https://www.1edtech.org/blog/1edtech-community-issues-response-to-us-department-of-labor-rfi
함께 읽기
Response to Request for Information: Modernizing Federal Workforce Information Tools — Online Career Tools and the O*NET Program (공동 의견서 전문, 영문 PDF, 2026년 8월)
→ https://drive.google.com/file/d/1Cw_VhbyGlbrAWW1imgyOo8UrvNLLg4_1/view
이 글은 1EdTech의 원문과 공동 의견서를 한국어로 요약하고, 국내 시사점을 더한 것입니다. 인용한 문장을 제외한 본문은 요약이며 전문 번역이 아닙니다. 정확한 내용은 원문을 확인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