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EdTech London Summit 2026 — 런던에서 한나절, 반복된 두 단어는 MCP와 신뢰

지난 1월 런던에서 열린 1EdTech 서밋에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프랑스 정부, 에듀테크 기업이 모두 MCP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남은 질문은 문을 여는 방법이 아니라, 문을 열었을 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였습니다.

조용상 프로필 사진조용상1EdTech Korea |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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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ed Context Requires New Patterns

2026년 1월 20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센트럴홀에서 1EdTech London Summit이 열렸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간을 제공했고 구글과 대학, 정부와 연구기관,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가 모였습니다. 오후 한나절의 짧은 행사였지만 발표를 이어 듣다 보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붙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반복된 단어는 두 개였습니다. MCP, 그리고 신뢰.


1. 모두가 MCP를 말했지만, 이유는 제각각이었습니다

MCP(Model Context Protocol)는 거대언어모델(LLM)이 외부 서비스를 발견하고 소통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공통 프로토콜입니다. 이날 네 발표가 MCP를 언급했는데, 서 있는 자리가 모두 달랐습니다.

통합 사업자에게는 사일로를 여는 도구였습니다. 한 에듀테크 통합 사업자는 대학의 학습관리시스템과 캠퍼스 시스템에서 수업 콘텐츠와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색인을 만들고, 이를 MCP로 노출한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시연은 단순했습니다. 학생이 "다음 주 30분 동안 무엇을 공부하면 되나"라고 묻자, 에이전트가 해당 과목의 이번 주 주제를 파악하고 슬라이드와 워크시트 같은 자료를 찾아 구체적인 학습 계획을 만들어냈습니다. 발표자의 표현이 정확했습니다. "사일로를 없애지는 못했지만, 사일로를 열었다는 것입니다."

정부에게는 국가 정보시스템의 기술 표준이었습니다. 프랑스의 디지털 교육 전략 발표가 이날 가장 실무적이었습니다. 훈련 플랫폼 검색 엔진을 MCP 서버로 구축해 어떤 언어모델이든 연결하면 훈련 과정을 검색할 수 있게 만들고, MCP 서버를 정부 정보시스템과 훈련 플랫폼을 잇는 기술 표준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전문가 500명 이상이 참여한 교육용 AI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혁신 파트너십의 결과물은 '디지털 커먼스'로 전 국민에게 공유한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되었습니다.

플랫폼 기업에게는 생태계의 공통 언어였습니다. 구글 교육팀 발표에서 나온 수치가 인상적입니다. 학생과 교사는 한 달에 40개 이상의 도구를 씁니다. 그래서 전략은 사용자를 우리 제품으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있는 곳에 최대한 가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연에서는 Gemini와 Google Classroom에 무들 같은 타사 플랫폼과 유튜브, 구글 제품이 아닌 도구들을 MCP로 함께 엮었습니다. 발표자의 문장이 이날의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구글 제품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육에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이날 아무도 "우리 플랫폼으로 통일하자"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형 플랫폼 기업까지 포함해서 그랬습니다.


2. 문을 열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MCP가 문을 여는 기술이라면 그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1EdTech이 던진 질문이 그것이었습니다.

발표는 청중에게 던진 실험으로 시작했습니다. 학생이 던진 여섯 개의 질문을 놓고, 이 상황에서 언어모델이 "죄송하지만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거절해야 하는지, 일반적인 답을 해야 하는지, 최선을 다해 답해야 하는지를 고르게 한 것입니다. 결론은 이렇게 정리되었습니다. AI가 학습자를 돕지 못하는 것은 대개 모델의 실패가 아니라 정보의 실패입니다. 시스템이 학생이 이미 무엇을 아는지 볼 수 없고, 추천하는 목표가 학교의 기준과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학습자 상태(Learner State)'라는 개념이 제시되었습니다. 학습자가 지금 무엇을, 왜, 어떤 프레임워크 안에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입니다. 문제는 그 정보가 학생정보시스템과 학습관리시스템, 접근 권한 시스템, 교육과정과 역량 프레임워크, 그리고 추가 시간이나 시각 자료 같은 개인별 필요 정보에 흩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은 온전한 그림이 아니라 조각들입니다.

제안된 해법은 학습자 스냅샷이었습니다. 전체 이력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특정 순간에 필요한 만큼만 담은 스냅샷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상태가 계속 생성되게 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날 가장 기억에 남은 비유가 나왔습니다. 팬케이크와 푸딩은 재료가 거의 같고 레시피만 다릅니다. 새로운 데이터 모델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필요한 것은 25년 동안 합의해 온 기존 정보를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공통 구조이고, 그것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합의의 문제입니다.

Shared Context Requires New Patterns

3. 신뢰는 같은 스택의 다른 층입니다

이어진 발표는 교육 인프라를 도로 인프라에 빗대며 시작했습니다. 한쪽에는 교육이, 다른 쪽에는 직업과 산업과 AI가 있습니다. AI는 글로벌하게 훈련되지만 지역의 사정을 이해해야 하고, 사람의 능력은 국경을 넘어 검증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25년간 만들어진 신뢰는 시스템 대 시스템의 신뢰였습니다. LTI가 대표적입니다. 시스템 A가 시스템 B를 알고, 운영자가 미리 설계해 둔 관계 안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에 새로운 연결 과제가 한꺼번에 등장했습니다. 나라와 나라, 직업과 교육, 그리고 AI와 사람 사이의 연결입니다. 이런 세계에서는 중앙집중식 신뢰 모델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발표는 글로벌 신뢰를 떠받칠 표준으로 네 가지를 꼽았습니다.

  • Open Badges — 신뢰 모델이 크리덴셜 안에 내장되어 있고 데이터 출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발표에서는 3억 5천만 개 이상이 발급되어 여러 산업에서 쓰이고 있다고 소개되었습니다
  • CLR — 옮길 수 있는 학습 기록. 1EdTech Europe Initiative의 일부로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 CASE — 역량과 능력을 기계가 읽을 수 있게 기술하는 표준.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쓰이고 있으며, 2026년에 CASE Global로 확장됩니다
  • 분산 식별자(DID) — 시스템 사이의 관계를 관리하는 기반. 학습자가 여러 출처의 기록을 유지하면서도 통제권을 갖게 합니다

네 표준의 공통점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기계가 읽고 검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발표의 마지막 문장이 이 세션의 요지입니다. AI를 신뢰하려면 신뢰 메커니즘이 있어야 하고, 이 둘은 같은 스택의 다른 층이지만 똑같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정책

이어진 시연이 이 추상적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지갑에 담긴 배지에 AI가 정보를 요청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먼저 기본 정책에서는 AI가 배지 정보를 온전히 받아 갑니다. 누가 요청했는지, 배지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무엇을 제공했는지, 그리고 디지털 서명까지 함께 표시됩니다. 그다음 발표자가 정책을 바꿉니다. 이 요청자에게는 개인정보가 필요하지 않다는 정책입니다. 다시 요청하자 AI는 해당 정보를 받지 못합니다. 한 번 더 바꾸자 이번에는 아무것도 반환되지 않습니다.

시연에서 화면 오른쪽에 떠 있던 정책 문서가 핵심이었습니다. 코드가 아니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문장이었습니다. 프라이버시 정책, 기관 정책, 지자체 정책, 국제 정책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고, 그것을 단순하고 결정적인 소프트웨어가 집행합니다. 데이터 정책을 개발자가 아닌 사람도 읽고 따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이 시연의 메시지였습니다.


4. 교실 쪽에서 본, 같은 문제

기술 세션들 사이에 현장 발표가 배치된 구성이 좋았습니다.

미국 K-12 데이터 플랫폼 발표는 의료 프로필에 빗대어 통합 학습자 프로필을 설명했습니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같은 검사를 반복하고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아도 되도록, 행동과 학습, 참여 정보를 한곳에 모아 학생과 함께 자라는 프로필을 만든다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나온 현실 진단이 뼈아팠습니다. 학생 한 명당 10쪽 분량의 정보가 있는데 담당 학생이 150명이면 교사가 그것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데이터 전문가가 아닌 교육자가 일상의 언어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요건이 됩니다.

두바이의 한 대학 발표에서는 사고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학생들이 AI로 부적절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던 문제가 발견되어 최고경영진까지 보고되었고, 기술팀이 여섯 시간 만에 접근 통제를 바꿔 해결했습니다. 발표자가 끌어낸 교훈은 이것이었습니다. 인간이 성공할 때 기술도 성공합니다. 이어서 전통적 교육에서 교육자가 정보 전달자였다면 AI 시대에는 멘토이자 코치가 되고, 콘텐츠 설계는 AI와의 협업으로 넘어간다는 구도가 제시되었습니다. AI를 쓰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고등교육 디지털 서비스 기관 발표는 기관의 고민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평가 도구는 좋아지고 있고 훌륭한 신규 진입자도 나타나고 있지만, 개별 도구나 포인트 솔루션만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관이 교육적 선택권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운영 효율을 확보하려면 데이터 표준이 그 사이를 이어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5. 국내에 주는 시사점

첫째, MCP를 도구가 아니라 정책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MCP 서버를 국가 교육 정보시스템의 기술 표준으로 지정하고, 훈련 과정 검색을 어떤 언어모델에서든 쓸 수 있게 열었습니다. 국내에도 개방 API로 공개된 교육·훈련 데이터가 적지 않습니다. 그 데이터에 에이전트가 접근할 표준 통로를 정부가 정할 것인지, 각 서비스가 알아서 하도록 둘 것인지는 지금 결정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둘째, 문을 여는 논의와 무엇을 보여줄지의 논의를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국내 AI 교육 논의는 대체로 모델과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런던의 진단대로 AI가 학습자를 못 돕는 이유가 대개 정보의 실패라면, 필요한 것은 더 좋은 모델이 아니라 학습자 상태를 구성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입니다. 그리고 그 재료는 이미 표준으로 존재합니다.

셋째, 정책을 사람이 읽을 수 있게 쓰는 일이 기술 과제가 됩니다. 배지 시연이 보여준 것은 프라이버시 정책이 개발자만 읽는 설정값이 아니라 학교와 교육청, 학부모가 함께 읽고 고칠 수 있는 문장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에듀테크 도입 전에 학교가 보안과 개인정보를 검토하도록 하는 흐름과 맞물리는 지점입니다.


그 뒤로 반년, 런던의 질문은 어디까지 갔나

이 글을 정리하면서 확인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1월 런던에서 '학습자 상태'와 '학습자 스냅샷'으로 제기된 문제가 6월 Learning Impact 2026에서 "Trusted Portable Learning Context(TPLC)"라는 이름을 얻었고, 여섯 개의 후보 속성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1EdTech은 이에 대한 공개 의견수렴을 시작했습니다.

문제 제기에서 표준 초안까지 반년입니다. 표준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이렇다는 것은, 뒤늦게 결과만 받아 쓰는 것과 논의에 참여하는 것 사이의 간격도 그만큼 짧다는 뜻입니다. 런던에서 팬케이크와 푸딩 이야기를 하던 자리에 한국의 사정이 놓여 있었다면, 지금의 초안은 조금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의견수렴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이 글은 1EdTech London Summit(2026년 1월 20일) 참관 내용을 1EdTech Korea가 정리한 것입니다. 발표자 개인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며, 표준의 공식 내용은 1EdTech의 발행 문서를 기준으로 확인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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